盧와 MB, 휴가의 격이 다르다 정치/시사 창고

(2008년7월29일에 작성됨. 최초 서프라이즈에 게재됨)


盧와 MB, 휴가의 격이 다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모 카드회사의 광고카피가 회자되었던 적이 있다. 이 카피는 자기만족과 보상심리를 저마다 속에 담고 있음을 간파하고 그것을 살짝 건드려주며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여기에서의 ‘떠나라’는 휴가의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빛날 때 내려오는 것이 아름답다.'라는 의미로도 쓰일 수 있다. 그러나 포커스(focus)는 전자(前者)에 맞춰진 듯하다.



누구나 한 번쯤 자유를 만끽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휴가이든 하나의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끝냈을 경우이든 살아가면서 그런 감정을 한두 번씩 경험한다.



최근 두 대통령의 휴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기 싫어하는 내색을 비추면서 이슈화됐다. 이것은 한미쇠고기 파동, 경제 불황, 금강산 피격사건, 일본 독도 도발, 수해 등 국내외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휴가가 적절하냐는 심경을 비추며 여론의 승인을 얻고자 한 것으로 비쳐졌다. 조중동은 즉각 OK 사인을 내줬고, 반대할 것으로 추측했던 인터넷 여론까지 휴가를 승인해줬다. "일 안 하는 것이 돕는 것"이라는 덕담(?)까지 얹어서 말이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그래도 찜찜한 듯 당초 5일의 휴가기간을 4일로 줄여 26일 오후 휴가지인 남해의 군 휴양시설로 떠났다. 휴가지에서 가족들과 바다낚시도 하고, 콩국수도 먹고, 테니스도 치고, 가져간 시집을 읽으며 '망중한(忙中閑)'을 즐기고 있다는 소식을 청와대 소식통(?)이 전했다. 콘크리안과 시집, 언뜻 조합이 되지 않는다. 하긴 딱딱하고 어려운 경제서적보다는 읽는데 무리가 없고 간결한 시집이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노 전 대통령은 조선시대의 당쟁이 그렇게 전개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규명하여 현재와의 관련성을 다루고 있는 '조선시대 당쟁사'를 휴가 중에 읽었다.



이쯤에서 전직 대통령의 휴가로 고개를 돌려보자. 2006년 재임시절 북한 미사일 발사에 수해까지 겹치자 노 전 대통령은 휴가를 관내에서 보냈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가 있었던 2007년에는 휴가를 반납했다.



2년을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지 못한 노 전 대통령이 14일 봉하 마을을 벗어나는 휴가를 감행했다. 청와대와 국가기록원의 분탕질로 소란스러웠지만 이미 지난달 중순 '사람사는 세상' 게시판에 고지한 일정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서 혹자는 봉하 사저가 어수선할 뿐만 아니라 봉하마을도 조용하고 아늑해서 휴식처로는 부족함이 없는데 왜 멀리까지 휴가를 고집할까 의아했을 수도 있다.



이런 의문은 노 전 대통령 내외의 휴가코스를 따라가면 맥이 잡힌다. 발자취를 훑어보기로 하자.


14일 오전 대형버스에 비서진을 대동하고 비공식적으로 방문한 곳은 창녕군 소재 우포늪이었다. 봉하 사저에서 약 1시간 소요되며, 거리는 약 67.64km이며,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한 것으로 보이며 통행료는 약 3,000원을 지불했다. 이 방문에서 노 전 대통령은 부산대 생물과학부 주기재 교수로부터 우포늪과 화포천의 관계 및 생태학적 가치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차량으로 우포늪을 시찰했다.



노 전 대통령의 다음 동선은 오랜 후원자인 강금원 씨가 경영하는 시그너스 골프장이었다. 골프장 영빈관에 여장을 풀고 17일까지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오후 노 전 대통령은 충북 충주시 종민동의 충주댐을 찾았다. 일행들과 수자원공사 직원들로부터 댐 현황을 듣고 시설을 둘러봤다. 이어서 인근의 동량면 서운리 하천과 가금면 봉황리 봉황 자연 휴양림을 찾아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휴식을 취했다.



21일 노 전 대통령은 용평리조트를 방문했고, 대관령면 병내리 한국자생식물원을 방문해 자생식물과 야생화 등을 견학하고, 대관령면 횡계2리 바람마을 의야지(새농어촌건설운동 우수마을)를 방문해 4륜 오토바이 타기, 딸기잼·치즈 만들기, 양떼목장 견학 등의 체험활동을 가졌다.




22일 노 전 대통령은 강원도 평창의 두일목장을 방문해 사육 및 부대시설을 견학했다. 꽃수레에 관심을 보였다. 오후에는 강릉선교장(江陵船橋莊)을 방문했다. 선교장은 조선시대 사대부의 살림집으로 집터가 뱃머리를 연상케 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중요민속자료 제5호인 사적지이다.



23일 노 전 대통령은 횡계리에 위치한 황태덕장을 방문해 마을과 판매되고 있는 건어물을 관심 깊게 지켜보고 곧바로 인근의 동그라미 팬션을 방문해 아파트 3층과 맞먹는 높은 천장과 대나무로 만든 바닥, 은은한 향토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는 황토방을 견학했다.




24일 노 전 대통령의 휴가 강행군(?)은 우천에서도 강행되었다. 영월의 청령포를 관람했다. 시도 기념물 제5호인 청령포는 단종이 세조 2년에 노산군으로 낮추어져 유배된 곳이다. 청령포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고 서강의 물이 맑아 예로부터 '영월8경'의 하나로 손꼽히는 명소이기도 하다.(문화재청 설명) 노 전 대통령은 청령포 앞의 나루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 유지비각, 망향탑, 노산대, 관음송 등을 둘러봤다.



25일 오전 노 전 대통령은 여전히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정선군 북평리 항골계곡을 찾
았다. 이곳에서는 소망기원제 및 가족체험 축제가 첫 회로 열리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돌탑 쌓기 행사에 참가해 소망을 돌탑에 쌓았다.


오후에는 인근의 백두대간 약초나라를 방문했다. 이곳은 정선군과 영농조합법인이 조성한 생약초 체험단지가 24일 개장했다. 축제기간 중 합동 전통혼례, 첼로공연, 약선요리 전시 및 시식회, 바이크 산나물 뜯기, 바이크 경주, 황기막걸리 빨리 먹기, 정선아리랑 축하공연 등의 행사가 펼쳐졌다. 노 전 대통령은 아담하게 신축된 마을정보센터를 살펴봤고, 조랑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마을을 관광했으며, 전동 바이크를 타보기도 했다.




마지막 행선지로 '메주와 첼리스트'로 유명한 정선 된장마을을 방문했다.첼로리스트가 만드는 된장으로 익히 알려진 곳이며, 마을로 들어서는 관광객들은 수없이 많은 된장 항아리에 놀라기도 한다. 이곳은 촌체험관광시범마을로 조성되며 정통 한옥 건물로 장류 가공공장을 건축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선방에서 다도체험, 국악과 주인장 도완녀 씨의 첼로연주와 명상, 맨발로 잣나무 숲 걷기 등 우리 고유의 정신문화와 자연을 활용한 체험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7일 13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봉하마을로 돌아왔다. 강행군에 지쳐 곧바로 사저로 직행할 법한데도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보기 위해 봉하 사저를 찾은 관광객들과 인사하는 여유를 잊지 않았다.



이런 노 전 대통령의 휴가를 "최근 기록물 반환문제를 놓고 청와대 측과 벌인 신경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머리를 식히기 위한 '유람'이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고 보도하는 언론도 있다. 참으로 가당찮은 시각으로 쓴 기사다. 어느 사안에 대해 정확하게 맥을 못 짚는 이유는 관심과 열정이 없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휴가는 국내 농촌마을 중 잘 가꿔진 모범적인 마을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이것은 화포천 정화, 친환경 농법인 오리농법 벼 재배로 환경과 농가 수익향상을 꾀하고자 하는 목표의 연장선상이며, "편의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봉하마을을 방문하신 분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는 우려를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읽으면 될 것 같다.



방문객들의 편의를 개선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농가의 수익향상까지 고려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창녕의 우포늪, 충주댐, 청령포 등을 방문한 것은 화포천을 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청사진의 밑그림이 될 만한 자료수집으로 보인다. 봉하마을과 창녕의 우포늪을 운행하는 버스노선이 생기지 않을까 추측된다.



또 봉황 자연 휴양림의 방문은 봉하에도 휴양림이 들어설 수 있음을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것은 지난달 3월 숲 가꾸기 모범지역(대흥농장)과 경남 산림환경연구원 수목원을 방문한 것과 겹쳐진다.



강릉선교장과 동그라미 팬션의 방문은 봉하 방문객들이 묵고 갈 숙박시설 건설을 위한 자료수집일 것이다. 그것은 전통가옥이 될 것이며, 황토가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람마을 의야지와 백두대간 약초나라, 북평리 항골계곡의 방문은 봉하 마을에도 조랑말이 끄는 꽃수레와 전동 바이크를 볼 수 있겠다는 추측을 낳게 하고, 봉화산 봉수대에서도 대규모 돌탑들이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선 된장마을의 잣나무숲 맨발걷기도 봉수대로 향하는 길목에서 체험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 5평 남짓의 관광안내센터는 백두대간 약초나라에 있던 아담하고 깔끔한 마을정보센터로 바뀔 수도 있으며, 황태덕장의 건어물 같은 전국 특산물을 정보센터 내에 설치된 판매처에서 구입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청사진을 노 전 대통령이 그리고 있다면 그것은 방문객의 편의도모와 봉하마을 잘살기 차원의 기획만은 아닐 것이다.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시골마을의 삶의 질 향상을 염두에 두어두고 있을 것이다. 봉하마을이 환경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농촌체험 관광마을로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벤치마킹은 이어질 것이고, 노 전 대통령은 노하우 전수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노 전 대통령 휴가의 의미를 정확히 짚었다면 혹시 그분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농촌은 배제된 채 도시와 대기업 잘살기로 그쳤던 새마을운동이 농촌의 소득증대와 삶의 질 향상이 주가 되는 농촌지역개발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 또는 "아래로부터 개혁이 성공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다"라는 신념으로 시작하시는 것으로 추측된다.



가을쯤에는 그 대장정의 첫 삽을 모두에게 보여주실 수 있을까?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리며 들고 있던 책을 클로즈업했다.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인 이성무 씨의 저서 '조선시대 당쟁사"이다. 왜 노공은 조선시대 몰락의 원인이 된 당쟁, 그렇게 전개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규명하고 현재와의 관련성을 다룬 이 책을 펴들었을까. 차에서 들고 내리면 공개될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왜 내보였을까. 대연정을 제안하며 화합을 꾀했던 그의 충정과 애국에 다시금 고개가 숙여지고 숙연해진다. 그래서 필자는 믿는다. 아무리 정부와 한나라당이 떠들어도 쇠고기협상의 진실은 노공편임을, 봉하 사저 사본제작 관련 검찰고발 건도 잘 마무리하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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