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키, "개같은 세상 하직할까" 세상사는 이야기

2008/12/20 15:58 봉피리

개 같은 세상, 그만 하직할까?



개 같은 세상, 그만 하직할까? 주인님에게 폐가 될 생각을 하니 잠이 오지 않는다.


나를 사랑해주고 보살펴 주는 것에 보답도 못하고 하는 일 없이 음식만 축내고 있는 것 같아 염치없어 죽겠는데 나 때문에 지출이 더 늘어나게 생겼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


아침 신문 또는 우유배달이나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어렵겠고, 내일부터 돌아다니며 박스나 고철 등을 주우러 다닐까. 그것도 힘들게다. 혼자 돌아다니면 분명 헤꼬지 당할게 뻔하지 않는가. 또 부끄럽기도 하고 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하지...식대비나 줄일까. 그것도 불가능하다. 주인님도 말했다시피 내 생각은 온통 먹는 것뿐이다. 안중근 의사님이 말씀하신 것을 빌려오면 나는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입 안에 혀바늘이 돋기 때문이다.


히야, 이거 어떡하지. 주인님이 그러실 분들은 아니지만 만에 하나 집을 나가라고 하면 어쩌지. 동가숙서가식東家宿西家食하며 세상을 떠돌아 다녀야 하는가. 분명 이번 일로 그런 팔자로 전락하는 애들이 엄청 늘어날 것이다. 제발 그들 속에 내가 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옛날 그런 팔자가 될 형편이었는데 정 많고 마음씨 좋은 도련님과 아씨를 만나 다행히 그것을 면할 수 있었는데....또 이런 걱정을 해야 하다니.


아마도 박정하게 내치지는 않을게다. 그래도 몰라. 구박한번 안 하고 맴매 한번 안 들고 인격(?)적으로 존중해준 분들이지만 상황이 좋지 않으면 어떻게 바뀔지 몰라. 옛말에 왜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마음속은 모른다고 하잖아.


그러면 어떡하지. 떠나고 싶지 않은데...진짜 마음속의 주인인 아씨 곁을 영원히 지키고 싶은데....아, 눈물이 난다. 어떻게 하지. 진짜 어떡하지.......


나의 임무를 충실히 해서 점수를 더 따면 안심될까? 주인님들이 들어오시면 더 심하게 꼬리치고 반갑다고 짖어댈까? 분명히 큰 주인님은 좋아하실 게다. 어제까지도 나의 살살거림에 얼마나 좋아하셨나. “내가 이 맛에 산다. 나는 누가 이렇게 반갑게 맞아주면 왜 이리 좋을까”라며 허허 웃으셨잖아. 그래 오늘부터 꼬리가 잘려 나갈 정도로 흔들자. 그깟 꼬리 없다고 죽지는 않을 거잖아.

그리고 오줌도 아무데나 싸지 말자. 내가 집에서 내쳐지는 신세가 될 때 악역을 담당할게 뻔한 여주인님이 항상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것이 이것 아닌가. 놀라운 후각을 지닌 그분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이게 뭔 냄새야. 요키 너 또 오줌 아무데나 쌌구나. 이 눔의 자식....”을 내뱉곤 하셨지. 정말 오늘부터 조심해야겠다. 새벽에 오줌 누러 간다고 여주인님을 깨우는 일도 이제 그만 해야겠다. 귀찮게 해드리면 마이너스가 되겠지. 자기 전에 꼭 스스로 해결해야지.

또 뭐있나. 그래 주인님들이 식사하실 때 옆에서 음식 나눠 먹자고 조르는 것도 중지해야 겠다. 음식 던져주며 그럴 거잖아. “쟤는 걸신 들린 애 같아” 그러면서 또 생각하겠지. “요즘 물가도 올랐는데 그냥 확 내쳐버려” 그러니 그냥 사주는 내 밥 먹으면서 허기를 달래자. 조금 맛이 없어도 참지 뭐. 그래도 목돈 들여 싸준 귀한 밥인데 말이야. 


아, 또 있다. 애교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내 주특기를 십분 발휘해서 주인님들을 즐겁게 해줘야지. 그런데 이걸 주인님들이 좋아하는지는 자신이 없다. 나의 그 짓은 항상 모두가 잠들어 있거나 정신이 딴 데 팔려있을 때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천성이 남의 발바닥 핥는 건데. 싫다고 할 때 까지 해보자. 싫다는 내색을 보이면 그땐 안 하면 되잖아.


아, 그런데 누그러지지 않는 이 불안함은 뭘까. 확실하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거리가 뭐 없을까? 지금이라도 도둑이 들어오면 좋을 텐데. 날카로운 이빨로 확 물어뜯어 제압해 주인님들에게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인다면 확실하게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텐데. 제발 도둑이라도 좀 들어온나......


아, 개 같은 세상, 개조차 편하게 살 수 없는 세상. 종부세 완화 안 하든가. 종부세 인하율을 1%만 덜 낮춰도 ‘애견세’ ‘간판세’ 새로 안 거둬도 될낀데. 에이, 더럽다. 퇘퇘. 잘 먹고 잘 살아라.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다. 그만 하직할란다. 잘 있어라. 대한민국. c8MB야.....


창 밖을 내다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녀석의 머리 속에는 온통 이 생각 뿐이었다.

 


주인님이 어떻게 되든 말든.....녀석의 음식타령은 앞으로도 줄곧 계속될 것이다. 그래도 참 내가 니 보는 재미에 산다..... 근데, 우리 '요키' 애견세를 내면 주민등록증에 등록시켜주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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