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해야 할 이유입니다. 세상사는 이야기

2007/08/12 00:16 봉피리


행여 나의 마음 다칠까봐
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워 입을 닫고 지낸 걸
속으로 속으로만 삭여 당신 가슴이 시커멓게 타버린 걸
어리석어 그 때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건선인지 습진인지
병명도 분명찮은 그것을 출산후유증으로 알았지
안으로 안으로만 가둬 놓은 결과라는 걸
아파트 계단도 힘에 부치는 비만을 운동부족이라 생각했지
독한 양약 한약 가리지 않아 얻게 되었다는 걸
관심적어 그 때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당신 어머님의 꾸중이 있을까
모임이 있는 날은 언제나 말이 많아졌음을
집에 돌아오면 두 알씩 두통약 먹던 것이
얼마나 마음졸였으면 그랬을까 생각해내지 못하였습니다.
이기적이어서 그 때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동창회에서의 허세로 떠 안은 카드대금 영수증이
얼마나 당신을 허무하게 하였는지
두 달치 생활비보다 많은 술값 메우기 위해
하나에 십 원하는 "스카프 실밥 다듬기" 몇 달을 했는지
방바닥에 묻은 촛농자국을 눈멀어 그 때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아이의 나이보다 많은 제사
멀리있음을 핑계로 느즈막히 찾아드는 친척들 탓에
언제나 음식차림은 당신 몫이 였음을
연이은 이틀 제사로 녹초가 된 당신이
몸살로 심하게 앓는 소리를 잠결에 들었지만 일어나지 못하였습니다.
매정해서 고생하였다는 말조차 못하였습니다.

결혼 다음으로 많다는 이사 스트레스
일 년에 한 번 꼴로 예사롭게 떠 넘기고 마음 편히 잠들었을 때
행여 잠이라도 깰까 조용조용 짐꾸리며 토해내던 한숨을
미련해서 그 때는 듣지 못하였습니다.

아이에게 아빠와의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무시하고
하루종일 피곤으로 빈둥거렸던 날
무슨 일거리가 그리도 많던지 하루종일 일만 한 당신의 우울을
게을러서 그 때는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반지 팔고 오던 날 '금모으기'에 동참하는 줄로만 알았지
손에 들린 분유통과 전에 없던 진한 눈화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미련해서 그 때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점도 미신이라 믿지않던 당신이 유난스러워 진 것이
좋은 점괘 기어이 듣기 위해서라는 걸
몰래 부적 숨겨놓아 이나마 살고 있는 걸
미처 그 때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당신은 늘 그러하였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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